회사 소개부터 쓰면,
판단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회사 소개를 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리가 늦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화면은 우리를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방문자가 자기가 여기 맞는 사람인지 판별하는 자리입니다. 소개는 그 판별이 끝난 다음에야 신뢰 재료로 작동합니다.
아무도 우리를 모른다는 감각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일수록 첫 화면 앞에서 같은 생각을 합니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우리가 누구인지부터 알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첫 화면이 브랜드명과 설립 배경, 지향하는 가치로 채워집니다.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순서가 방문자의 순서와 반대입니다.
방문자는 대표님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자기 문제를 들고 온 겁니다. 그래서 첫 화면에서 하는 일은 읽기가 아니라 거르기에 가깝습니다. 여기가 내 경우를 다루는 곳인지, 내가 찾던 종류의 답이 여기 있는지 — 그 하나를 확인하고 남을지 나갈지 정합니다.
그 자리에 소개문이 있으면 방문자는 판별할 재료를 못 찾습니다. 재료를 찾으러 아래로 내려가 주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이미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의 행동입니다. 처음 온 사람은 대개 찾아 주지 않습니다.
손해는 한 번 더 겹칩니다. 알려진 게 없는 브랜드일수록 소개문에 쓸 실물이 적어서, 그 자리가 형용사로 채워집니다. "혁신적인", "고객 중심의", "함께 성장하는" — 문제는 이 문장들이 같은 업종 어느 브랜드 사이트에 갖다 놓아도 그대로 말이 된다는 점입니다. 구별되지 않는 문장은 방문자의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합니다. 인지도가 없어서 소개를 앞에 뒀는데, 정작 그 소개가 우리를 구별해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자기가 여기 맞는 사람인지 확인하러 온 겁니다.
소개를 옮기는 네 가지
- 첫 문장의 주어를 바꿉니다. 주어가 "저희는"으로 시작하면 소개이고, 방문자로 시작하면 판별 재료입니다. 지금 첫 문장을 그대로 두고 주어만 옮겨 보세요. "저희는 ○○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에서 남길 것은 누가, 무엇을 얻는가 하나입니다. 브랜드명·설립연도·비전은 그 판단에 쓰이지 않습니다. 첫 화면이 답해야 할 질문이 하나라는 이야기는 예쁜데 문의가 없는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 소개는 지우지 말고 뒤로 내립니다. 판별이 끝난 방문자는 그제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이걸 누가 하는가." 이 순간의 소개는 자기 자랑이 아니라 신뢰 재료입니다. 자리는 방식·사례 다음, 문의 버튼에 가까운 쪽이 맞습니다. 사람은 행동 직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메인에 남기고 무엇을 내려보낼지 기준이 필요하다면 메인에 다 넣으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를 같이 보시면 됩니다.
- 실적이 없는 자리는 형용사가 아니라 확인 가능한 것으로 채웁니다. 실적이 없는 것과 근거가 없는 것은 다릅니다. 첫날에도 적을 수 있고 방문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넷 있습니다.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의 범위, 진행 순서와 기간,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그동안 해 온 일. 형용사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이 넷은 읽는 사람이 자기 경우와 대조해 볼 수 있습니다. 후기·사례 없이 신뢰를 만드는 재료 이야기는 브랜드 런칭, 디자인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에 정리해 뒀습니다.
- 소개가 첫 화면에 있어도 되는 경우를 구분합니다. 이름이나 소속 자체가 판별 재료인 분야가 있습니다. 사람 이름으로 일이 들어오는 전문서비스, 자격·경력이 곧 검증인 분야, 이미 아는 사람이 주소를 받아 확인하러 들어오는 사이트가 그렇습니다. 이때의 소개는 소개가 아니라 증거입니다. 구분법은 하나면 됩니다. 그 문장을 같은 업종 다른 브랜드 사이트에 붙여 보세요. 말이 되면 소개이고, 말이 안 되면 증거입니다. 증거는 앞에 둡니다.
네 가지 모두 디자인을 다시 하지 않고 문장의 자리만 바꾸는 일입니다. 첫 화면에서 방문자가 나가고 있다면, 대개 사이트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순서가 뒤집혀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대표님 사이트를 열고 첫 화면만 보면서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 첫 문장의 주어가 "저희"인가, 방문자인가?
- 그 문장을 같은 업종 다른 브랜드 사이트에 붙여도 그대로 말이 되는가?
- 브랜드명·설립연도·비전이 방문자의 판단에 쓰이는가, 자리만 차지하는가?
- 소개 문단이 "여기가 내 경우를 다루는 곳"이라는 판단 뒤에 나오는가?
- 소개 자리에 형용사 말고 확인 가능한 것(범위·순서·기준·이력)이 적혀 있는가?
두 번째 줄에서 "말이 된다"가 나왔다면, 그 문장은 지금 우리 사이트가 아니라 업종 전체를 설명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사 소개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인가요?+
방문자가 "여기가 내 경우를 다루는 곳"이라고 판단한 뒤에야 "그럼 누가 하는가"가 궁금해집니다.
그 순간의 소개는 신뢰 재료로 작동하고, 판단 전의 소개는 자리만 차지합니다.
신규 브랜드라 소개할 실적이 없는데 첫 화면에 뭘 써야 하나요?+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의 범위, 진행 순서, 판단 기준, 만드는 사람이 해 온 일 — 이 넷은 첫날에도 적을 수 있고 확인이 가능합니다.
"혁신적인" 같은 형용사는 확인할 수 없어 판별 재료가 되지 못합니다.
대표 이름이나 이력을 첫 화면에 내세우는 건 어떤가요?+
사람 이름으로 일이 들어오는 전문서비스, 자격·소속이 곧 검증인 분야가 그렇습니다.
판별법은 하나입니다 — 그 문장을 같은 업종 다른 브랜드 사이트에 붙여 말이 되면 소개, 안 되면 증거입니다.
밑그림은 첫 화면에 무엇을 쓸지 정하기 전에, 그 화면이 누구의 어떤 판단을 끝내 줘야 하는지부터 정합니다.
지금 첫 화면이 방문자의 판단을 시작시키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짚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