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뒤에 멈춘 사이트는,
고장 난 게 아닙니다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납품 뒤에 방치되는 사이트는 대개 고장 난 게 아닙니다. 바꿀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어떤 경로로 바꾸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유지보수 조항에서 먼저 볼 것은 월 금액이 아니라, 무엇을 지켜 주고 무엇을 바꿔 주는지가 나뉘어 적혀 있는가입니다.
방치는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
사이트를 오픈한 날에는 바꿀 것이 없어 보입니다. 몇 주에 걸쳐 확인하고 고친 결과물이니까요. 그런데 막 시작한 브랜드는 오픈 뒤에 오히려 많이 바뀝니다. 상담을 해 보니 가격 구성을 손봐야 하고, 첫 고객이 생겨 사례를 올리고 싶고, 손님에게 가장 잘 먹힌 설명이 사이트 첫 문장과 다릅니다. 무엇을 누구에게 파는지가 실제 손님을 만나면서 다듬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작은 멈춤이 시작됩니다. 문장 하나를 바꾸려는데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돈이 드는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모릅니다. 한 줄 고치자고 연락하기가 애매해서 모아서 하기로 합니다. 그 사이 대표님은 인스타그램과 상담 자리에서 새 설명을 먼저 쓰고, 사이트에는 예전 설명이 남습니다. 방문자는 사이트가 언제 수정됐는지 보지 않지만, 사이트에 적힌 말과 상담에서 듣는 말이 다르면 알아챕니다. 값이 큰 일일수록 그 어긋남은 신뢰의 문제로 읽힙니다.
보이지 않는 멈춤도 있습니다. 도메인 갱신일이 지나가고, 보안 인증서가 만료되고, 문의 폼 알림이 가던 메일 주소가 바뀌어 문의가 아무 데도 도착하지 않는 일. 이런 일은 누군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용합니다. 사이트는 멀쩡히 떠 있는데 문의만 끊긴 상태를, 대표님은 "요즘 문의가 없네"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건 누구 일이지?"라는 질문입니다.
"유지보수" 한 단어에 두 가지 일이 섞여 있습니다
계약서에 흔히 적히는 "유지보수 포함", "월 관리"라는 말 안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지키는 일입니다. 도메인과 호스팅 갱신, 보안 업데이트, 백업, 문의가 실제로 도착하는지 확인하는 일. 해도 티가 안 나고, 안 해도 한동안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른 하나는 바꾸는 일입니다. 문구와 가격 교체, 사진 교체, 사례 추가, 새 페이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요청이 몰리고, 어디까지를 수정으로 볼지 선이 없으면 끝이 없습니다.
두 가지가 한 줄로 묶여 있으면 양쪽 모두에게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대표님은 월 비용을 내니 바꾸는 일도 당연히 포함이라고 생각하고, 업체는 지키는 일의 값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요청에서 그 차이가 드러나고, 그때부터 요청 하나하나가 협상이 됩니다. 협상이 번거로우니 요청을 미루고, 사이트는 다시 멈춥니다.
계약 전에, 이 순서로 확인합니다
전부 계약서나 견적서에서 확인하거나 상담 자리에서 한 번 물어보면 되는 것들입니다. 답이 좋고 나쁘고보다, 답이 적혀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 지키는 일을 항목 이름으로 적어 달라고 합니다. "관리 포함"은 항목이 아닙니다. 도메인 갱신, 호스팅, 보안 업데이트, 백업, 문의 도착 확인 — 각각을 누가 맡는지 한 줄씩 적혀 있어야 합니다. 사이트 구조에 따라 필요 없는 항목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빠진 항목이 왜 필요 없는지 설명을 들으면 됩니다. 설명이 되면 빠진 게 아니라 정리된 겁니다.
- 바꾸는 일은 예시로 선을 확인합니다. "수정은 어디까지인가요"라고 물으면 답이 추상적으로 돌아옵니다. 대신 구체적인 요청 세 개를 들고 물어보세요. 가격표의 한 줄을 바꾸는 것, 사례 하나를 추가하는 것, 새 서비스 페이지를 만드는 것. 셋 중 어디까지가 관리 범위이고 어디부터 새 작업인지 들으면, 그 업체가 긋는 선이 보입니다.
- 요청하는 곳과 반영되는 시점을 확인합니다. 어디로 요청하면 되는지, 요청하고 나서 언제쯤 반영되는지. 적정한 기간에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약속이 적혀 있는가이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인가입니다. 지키지 못하는 응답 약속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나쁜 이유는 카톡·전화·폼, 무엇을 열지는 업종으로 안 정해집니다에서 문의 채널을 두고 적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 대표님이 직접 바꿀 수 있는 자리를 정합니다. 자주 바뀌는 것 — 가격, 사례, 공지 같은 것 — 은 직접 바꿀 수 있으면 요청이 필요 없어집니다. 다만 모든 자리를 여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첫 화면 구성이나 페이지 순서까지 열어 두면 급하게 고치다가 설계가 무너집니다. 직접 바꾸는 자리와 요청해야 하는 자리가 어디서 나뉘는지를 계약 전에 합의해 두시면 됩니다.
- 관리 계약이 끝나면 사이트가 어떻게 되는지 묻습니다. 관리를 끊는 순간 사이트도 같이 내려가는 구조인지, 계속 떠 있는 채로 넘겨받을 수 있는지. 도메인과 호스팅 계정이 누구 이름으로 남는지는 견적 금액이 갈리는 자리는, 견적서 밖입니다에서 다뤘는데, 유지보수 계약에서는 같은 질문이 "그만둘 수 있는가"의 형태로 돌아옵니다. 그만둘 수 있는 계약이어야 계속할지를 대표님이 고를 수 있습니다.
월 관리 계약이 늘 필요한 건 아닙니다
오해를 하나 걷어 두겠습니다. 매달 관리비를 내는 계약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버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가벼운 구조의 사이트라면 지키는 일 자체가 적습니다. 내용이 바뀔 일도 드물다면, 필요할 때마다 건별로 요청하는 편이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도 확인해 볼 만합니다. 매달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 한 번도 요청한 적이 없다면,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정말 바뀔 일이 없었거나, 바꿀 일은 있었는데 요청하는 방법을 몰라 미뤄 왔거나. 뒤쪽이라면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경로입니다.
그리고 이 확인의 진짜 소득은 계약서 밖에 있습니다. 위의 다섯 가지를 따지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모입니다. 오픈 뒤에 우리 사이트에서 무엇이 자주 바뀔 것인가. 그 목록을 오픈 전에 적어 두면, 어느 자리를 직접 바꿀 수 있게 만들지와 관리 계약에 무엇을 넣을지가 함께 정해집니다. 목록이 안 나온다면 사이트보다 먼저 정할 것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그 이야기는 브랜드 런칭, 디자인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에 정리해 뒀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받아 둔 유지보수 조항이나 지금 쓰는 사이트의 계약을 열고 이 다섯 줄만 짚어 보시면 됩니다.
- 도메인·호스팅·보안·백업을 누가 맡는지 항목별로 적혀 있는가?
- 문의 폼으로 들어온 문의가 실제로 도착하는지, 누가 언제 확인하는지 정해져 있는가?
- "수정"과 "새 작업"의 경계를 예시로 설명 들은 적이 있는가?
- 가격·사례처럼 자주 바뀌는 자리를 대표님이 직접 바꿀 수 있는가?
- 관리 계약을 끝내도 사이트가 떠 있는 채로 넘어오는가?
"아니오"가 나온 줄은 업체의 잘못이라기보다, 아직 아무도 맡지 않은 일입니다. 계약 전이라면 조항 한 줄로 정리되고, 이미 운영 중이라면 오늘 연락 한 번으로 정리됩니다. 아무도 안 맡은 일은 사이트가 멈춘 뒤에야 누구 일이었는지 드러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지보수 계약서에서 제일 먼저 볼 곳은 어디인가요?+
도메인·호스팅·보안·백업·문의 도착 확인은 지키는 일, 문구·가격·사례 교체는 바꾸는 일입니다.
"관리 포함" 한 줄로 묶여 있으면 경계가 나중에 협상 대상이 됩니다.
월 관리비는 꼭 내야 하나요?+
반대로 매달 내는데 한 번도 요청한 적이 없다면, 무엇을 사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전부 직접 수정할 수 있게 만들면 되지 않나요?+
가격·사례·공지는 직접, 첫 화면 구성과 페이지 순서는 요청으로 나누세요.
오픈 전에 자주 바뀔 항목을 적어 보면 그 경계가 정해집니다.
밑그림은 납품 전에 "오픈 뒤 무엇이 자주 바뀔지"를 먼저 묻고, 그 자리를 대표님이 직접 바꿀 수 있게 설계하는 웹 스튜디오입니다.
지금 사이트에서 무엇이 멈춰 있는지 먼저 짚어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확인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