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금액이 갈리는 자리는,
견적서 밖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견적서 몇 장의 금액이 크게 다를 때, 그건 같은 물건에 다른 값이 붙은 게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물건에 각자의 값이 붙은 겁니다. 비교해야 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각 견적서가 어디에 선을 그었는가입니다.

나란히 놓는 순간 깔리는 전제 하나

견적서를 받아 표로 정리하는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업체 이름을 가로로 놓고, 페이지 수와 기간과 금액을 세로로 적습니다. 정리해 놓고 보면 어느 곳이 싼지 한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이 표는 만들어지는 순간 전제 하나를 깔고 시작합니다. 세 곳이 같은 것을 만든다는 전제입니다.

웹 제작에는 그 전제를 보장해 줄 표준 규격이 없습니다. 자동차라면 배기량과 옵션 목록이 규격 역할을 하고, 인쇄물이라면 종이와 도수와 부수가 그 역할을 합니다. 홈페이지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5페이지", "반응형", "관리자 페이지에서 직접 수정" 같은 말은 견적서마다 똑같이 적혀 있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범위는 견적서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금액 차이의 상당 부분은 실력이나 욕심의 차이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를 자기 일로 적었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나옵니다. 견적서에 안 적힌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이트가 완성되려면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범위 밖에 있으면 그 일은 대표님 책상으로 넘어옵니다.

견적서에서 빠진 항목은 값이 0인 항목이 아닙니다.
아직 값이 안 매겨졌고, 대개 대표님 쪽으로 넘어오는 항목입니다.

금액을 보기 전에, 이 순서로 읽습니다

견적서를 비교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순서입니다. 여섯 가지 전부를 물어볼 필요는 없고, 앞의 세 가지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차이가 설명됩니다.

  1. 금액을 손으로 가리고, 같은 줄을 찾아봅니다. 견적서 두세 장에서 서로 대응되는 항목이 몇 개나 나오는지 세어 보시면 됩니다. 대응되는 줄이 거의 없다면 지금 상태는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때 할 일은 더 열심히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업체에 같은 목록을 주고 다시 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A4 한 장으로 적어 똑같이 보내면, 돌아온 견적서들은 그제야 나란히 놓을 수 있게 됩니다.
  2. 적혀 있는 것 말고, 안 적혀 있는 것의 목록을 만듭니다. 본문 원고, 사진, 로고 파일, 도메인 구입과 연결, 호스팅, 문의가 어디로 도착하는지, 검색엔진 등록, 납품 후 수정. 이 중 견적서에 이름조차 없는 항목을 따로 적어 두고, 업체에 "이건 범위 안인가요 밖인가요"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무료라는 답과 범위 밖이라는 답은 전혀 다른 답이고, "그건 그때 가서 말씀드릴게요"는 범위 밖이라는 뜻입니다.
  3. 항목마다 누가 쓰고 누가 찍는지를 적어 봅니다. 실제 부담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자리가 원고와 사진입니다. 디자인은 업체가 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글은 애매합니다. 그래서 많은 견적서가 "고객사 제공"이라는 한 줄로 넘기고, 대표님은 그 한 줄을 계약 후에야 실감합니다. 본문을 직접 쓰게 되면 어떤 자리에서 막히는지는 글이 길어진 자리는, 확신이 없는 자리입니다에, 사진을 준비할 때의 기준은 사진 한 장이 문단 셋을 대신할 때, 아닐 때에 정리해 뒀습니다.
  4. 페이지 "수"가 아니라 화면의 종류로 셉니다. 같은 다섯 페이지라도 안이 다릅니다. 같은 틀에 내용만 갈아 끼우는 목록형 페이지 다섯 개와, 각각 구조가 다른 페이지 다섯 개는 들어가는 일의 양이 다릅니다. 견적서에 페이지 이름만 나열돼 있다면, 그중 틀을 공유하는 것이 몇 개인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값이 싼 이유가 설명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5. 수정 횟수보다,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지를 봅니다. "수정 3회"라는 조건은 숫자만 보면 명확하지만, 무엇에 대한 3회인지가 안 적혀 있으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색을 바꾸는 것과 첫 화면의 구성을 다시 짜는 것은 같은 1회가 아닙니다. 물어볼 것은 횟수가 아니라 단계입니다. 어느 시점에 무엇이 확정되고, 확정 이후에 그걸 뒤집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 답을 가진 업체와 못 가진 업체의 차이가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지는 이유는 결과물이 비슷해 보일 때, 판단은 과정에서 갈립니다에 적어 뒀습니다.
  6. 납품이 끝난 뒤 무엇이 내 이름으로 남는지 확인합니다. 도메인이 누구 계정에 등록되는지, 호스팅과 배포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소스와 이미지 원본을 받는지. 이건 사이가 틀어질 때를 대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중에 다른 곳과 일하게 될 때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는지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답이 흐린 견적은 금액이 싸도 나중에 이사 비용이 붙습니다.

싼 견적이 나쁜 견적은 아닙니다

오해를 하나 걷어 두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싼 견적을 걸러 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범위를 좁게 그은 견적은 그 자체로 문제가 없습니다. 원고와 사진이 이미 있고, 페이지 구조도 대표님 머릿속에 정리돼 있고, 필요한 건 그걸 화면으로 옮기는 일뿐이라면 — 좁은 범위의 견적이 정확한 견적입니다. 넓게 잡은 견적을 고르면 안 쓸 항목에 값을 치르는 셈이 됩니다.

문제가 되는 건 좁게 그었다는 사실이 견적서 어디에도 안 적혀 있을 때입니다. 그러면 대표님은 넓은 범위를 상상한 채로 계약하고, 좁은 범위가 실제로 도착합니다. 두 범위 사이의 간격은 제작 중간에 추가 비용으로 나타나거나, 비용 없이 대표님의 시간으로 나타납니다. 값을 미리 안 적었을 때 그 값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뒤로 미뤄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공급하는 쪽 관점에서 가격을 안 적으면, 아낀 게 아니라 미룬 겁니다에 따로 썼는데, 발주하는 쪽에서 보면 같은 일이 반대 방향으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읽기의 진짜 소득은 업체를 고르는 게 아닐 때가 많습니다. 여섯 가지를 확인하다 보면 우리 쪽에서 아직 안 정한 것이 드러납니다. 어떤 손님을 1순위로 볼지, 사이트에서 시키고 싶은 행동이 무엇인지, 우리가 가진 재료가 무엇인지. 이게 안 정해진 상태에서는 어느 업체와 계약해도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저렴하게 시작해서 나중에 비용이 붙는 경로는 템플릿으로 시작할 때, 나중에 청구되는 비용에 정리해 뒀습니다.

마지막으로 견적서를 받는 자리에서 한 가지를 더 보시면 좋겠습니다. 업체가 우리에게 무엇을 물었는가입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금액부터 보낸 곳은, 우리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값을 매긴 것입니다. 그 값은 맞을 수도 있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반대로 손님이 누구인지, 지금 문의가 어디로 오는지, 원고와 사진이 있는지를 먼저 물어본 곳의 견적은 — 금액이 더 크더라도 — 적어도 무엇에 대한 값인지가 설명되는 견적입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받아 두신 견적서를 다시 꺼내서 이 다섯 줄만 짚어 보시면 됩니다.

  • 견적서들 사이에 서로 대응되는 항목이 세 개 이상 있는가?
  • 본문 원고를 누가 쓰는지가 견적서에 적혀 있는가?
  • 사진을 누가 준비하는지가 적혀 있는가?
  • 수정이 "몇 회"가 아니라 "어느 단계까지"로 적혀 있는가?
  • 도메인·호스팅 계정이 누구 이름으로 남는지 적혀 있는가?

"아니오"가 나온 줄은 그 업체의 흠이 아니라, 아직 대화가 안 끝난 자리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물어보면 답을 듣는 질문이고, 서명한 뒤에 물어보면 협상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견적서마다 금액이 크게 다른 이유가 뭔가요?+
웹 제작에는 표준 규격이 없어서, 같은 것을 만든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이지 수·반응형 같은 단어는 같아도 가리키는 범위가 다릅니다.
금액 차이는 대개 실력이 아니라 범위의 선을 어디에 그었는지의 차이입니다.
견적서에서 제일 먼저 볼 곳은 어디인가요?+
금액이 아니라 적혀 있지 않은 항목입니다.
원고·사진·도메인·호스팅·납품 후 수정이 범위 안인지 밖인지.
안 적힌 일은 없어지지 않고 대개 발주한 쪽이 하게 됩니다.
가장 싼 견적을 고르면 안 되나요?+
싼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좁은 범위를 명확히 밝힌 견적은 정직한 견적입니다.
문제는 좁게 그었다는 사실이 안 적혀 있어서 넓은 범위를 상상한 채 계약하는 경우입니다.

밑그림은 금액을 말하기 전에 무엇을 만들 것인지부터 맞추는 웹 스튜디오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항목은 견적에서 빼자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지금 우리 쪽에서 무엇이 안 정해져 있는지 먼저 짚어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확인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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