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폼에서 안 물어본 것은,
대표님 일이 됩니다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항목을 줄이면 문의가 늘어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폼에서 묻지 않은 것은 사라지지 않고, 문의가 도착한 다음 대표님 쪽 일로 옮겨옵니다. 그래서 정할 것은 항목을 몇 개로 줄일지가 아니라, 그 일을 어느 쪽에 둘지입니다.
줄이면 늘어나는 것과, 같이 늘어나는 것
문의 폼을 손볼 때 가장 먼저 듣는 조언은 항목을 줄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항목을 걷어내면 폼을 끝까지 채우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문의 내용이라는 빈칸 하나만 남은 폼에 도착하는 문의는 대개 이렇게 생겼습니다. 견적 문의드립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 한 줄로는 답장을 쓸 수 없습니다. 무엇을 하려는지, 언제까지 필요한지, 지금 무엇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되묻습니다. 답이 옵니다. 또 되묻습니다. 값이 큰 일일수록 이 왕복은 서너 번을 쉽게 넘어갑니다. 줄어든 것은 방문자가 폼 앞에서 쓰는 3분이고, 늘어난 것은 대표님이 그 뒤에 쓰는 며칠입니다.
일이 늘어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왕복이 길어지는 동안 방문자의 마음도 식습니다. 문의를 넣던 순간이 결심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데, 그 온도에서 받은 것은 확인 질문 목록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대개 우리에게만 문의를 넣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각에 다른 후보가 첫 답장에서 대략적인 범위와 다음 절차를 함께 보냈다면, 비교는 그 지점에서 끝납니다. 답의 속도가 아니라 첫 답장의 내용이 승부를 가릅니다.
반대쪽으로 가도 결과는 나쁩니다. 필요할 것 같은 항목을 전부 세워 두면, 값이 큰 일일수록 폼이 심사처럼 읽힙니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자기 예산과 회사 사정을 다 적어 넣고 시작해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 결심하지 않은 방문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단 창을 닫고 나중에 하기이고, 그 나중은 대개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항목 수로 풀리지 않습니다. 다섯 개짜리 폼이 두 개짜리 폼보다 잘 도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개수가 아니라 그 항목들이 첫 답장에 실제로 쓰이는가, 그리고 방문자에게 어떤 종류의 부담을 지우는가 두 가지입니다.
부담은 항목마다 무게가 다릅니다. 보기 중에서 고르는 항목은 가볍고, 문장을 지어내야 하는 빈칸은 무겁고, 자기를 밝히는 항목은 그보다 더 무겁습니다. 자유서술 빈칸 하나가 보기에서 고르는 항목 다섯 개보다 무겁습니다. 항목 수만 세면 이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빈칸 앞에서 방문자가 멈추는 이유는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어디까지 써야 맞는지 몰라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폼을 손대기 전에 확인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문의가 거의 없다면 원인이 폼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폼은 도착한 사람 중 얼마가 시작하느냐를 다루는 자리라, 도착 자체가 적으면 여기를 아무리 고쳐도 숫자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느 구간이 막혀 있는지 가려내는 방법은 문의가 안 늘 때, 어디가 막혔는지 찾는 순서에 정리해 뒀습니다.
답장 뒤로 미뤄질 뿐입니다.
항목을 가르는 다섯 가지
- 첫 답장 테스트로 남길 것을 정합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항목이 비어 있으면 쓸 만한 첫 답장을 쓸 수 없는가. 없이도 쓸 수 있으면 뺍니다. 없으면 반드시 되물어야 하면 남깁니다. 회사명, 직함, 유입 경로처럼 관리용으로 받아 두는 항목이 여기서 대부분 걸립니다. 알아 두면 좋지만 첫 답장에는 쓰이지 않는 항목이고, 그 항목의 값은 우리 것이고 비용은 방문자 것입니다. 반대로 무엇을 하려는지와 언제까지 필요한지는 대개 남습니다. 이 둘이 없으면 답장이 인사말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 남길 항목은 빈칸 대신 보기로 바꿉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적어 내라고 하면 무겁고 고르라고 하면 가볍습니다. 예산은 금액 입력 대신 범위 보기로, 시기는 날짜 대신 대략의 구간으로, 필요한 것은 자유서술 대신 해당하는 항목 고르기로 둡니다. 정보는 남고 부담은 내려갑니다. 보기에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칸을 반드시 함께 둡니다. 그 칸이 없으면 정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거나 고르거나 창을 닫는데, 아무거나 고른 답은 없느니만 못하고 창을 닫은 사람은 셀 수도 없습니다.
- 빈칸을 남길 거라면 무엇을 쓸지 알려 줍니다. 자유서술 칸을 아예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그 칸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문의 내용이라는 이름과 텅 빈 상자만 두면 방문자에게 작문을 시키는 것이 됩니다. 무엇을 적으면 되는지 예시를 회색 글씨로 두거나, 질문 두세 개로 쪼개 둡니다. 빈칸은 친절이 아닙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우리가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뜻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순서는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 둡니다. 무엇이 필요한지처럼 방문자가 답을 이미 알고 있는 항목을 앞에, 연락처처럼 자기를 밝히는 항목을 뒤에 둡니다. 사람은 한 칸이라도 채우기 시작하면 마저 채우는 쪽으로 기울고, 첫 칸이 무거우면 시작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연락처가 맨 앞에 있는 폼은 방문자에게 영업 전화를 받겠다는 서약부터 하고 들어오라는 화면으로 읽힙니다.
- 남긴 항목마다 왜 묻는지 한 줄을 붙입니다. 예산을 묻는 자리에는 범위에 맞는 방식을 골라 드리기 위해서라고, 시기를 묻는 자리에는 일정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적습니다. 값이 큰 일일수록 방문자는 항목 하나하나에서 이걸 왜 묻지 하고 멈춥니다. 이유가 붙어 있으면 그 멈춤이 사라지고, 이유를 한 줄로 못 적는 항목은 대개 뺄 항목입니다. 그리고 폼에서 예산을 묻겠다면 사이트 어딘가에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무 숫자도 안 밝히면서 상대에게만 예산을 적으라고 하면 심사받는 느낌이 됩니다 — 이 비대칭은 가격을 안 적으면, 아낀 게 아니라 미룬 겁니다에서 다뤘습니다.
다섯 가지를 마쳤으면 지표도 바꿔야 합니다. 폼을 고친 뒤 문의 건수만 보면 판단을 틀리게 합니다. 항목을 걷어내면 건수는 거의 항상 늘고, 그중 답장을 못 쓰는 문의가 얼마나 되는지는 그 숫자에 안 나옵니다. 대신 첫 답장에 견적 범위나 다음 절차를 담을 수 있었던 문의의 비율과 계약까지 오간 왕복 횟수를 봅니다. 이 둘이 좋아지면 건수가 조금 줄어도 남는 장사입니다. 문의 한 건의 값이 큰 쪽일수록 그렇습니다.
폼이 답을 다 받아 낼 필요는 없다는 점도 짚고 갑니다. 방문자가 문의 전에 이미 알고 온 것이 많을수록 폼은 짧아도 됩니다. 진행 방식과 범위, 값이 움직이는 조건이 페이지에 적혀 있으면 방문자는 자기가 어느 경우인지 알고 문의를 넣습니다. 그 상태에서는 두 칸짜리 폼으로도 답장할 수 있는 문의가 들어옵니다. 폼이 길어지는 것은 페이지가 설명하지 않은 만큼입니다. 사이트가 먼저 설명하게 만드는 방법은 상담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면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본인 사이트의 문의 폼을 열고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 지난 문의 다섯 건을 보고, 첫 답장에 견적 범위나 다음 절차를 담을 수 있었던 건 몇 건인가?
- 폼의 항목을 하나씩 짚으며 물었을 때, 첫 답장에 실제로 쓰이는 항목은 몇 개인가?
- 방문자가 문장을 지어내야 하는 빈칸이 몇 개이고, 거기에 무엇을 쓸지 안내가 있는가?
- 보기로 묻는 항목에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칸이 있는가?
- 연락처가 첫 칸에 있는가, 마지막 칸에 있는가?
첫 줄이 다섯 건 중 한두 건이라면, 지금 폼은 문의를 받고 있는 게 아니라 확인 연락을 예약받고 있는 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문의 폼 항목은 적을수록 좋다는데, 늘려도 되나요?+
그래서 항목 수가 아니라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봅니다. 첫 답장을 쓰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항목만 남기고 나머지를 빼면, 항목이 늘어도 이탈이 늘지 않는 구간이 있습니다.
반대로 첫 답장에 쓰이지 않는 항목은 하나라도 이탈만 만듭니다. 관리용으로 받아 두는 항목이 대개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산을 물어보면 실례라서 문의가 끊기지 않을까요?+
묻는 방식을 바꿉니다. 범위 몇 개를 보기로 주고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칸을 함께 둡니다. 고르는 일은 적는 일보다 가볍고, 아직 모르겠다를 고른 것도 정보입니다. 그 사람에게는 금액 대신 무엇이 값을 움직이는지부터 안내하면 됩니다.
다만 사이트에 가격 이야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폼에서만 예산을 물으면 심사처럼 읽힙니다. 예산 항목은 가격 정보를 어느 정도 공개한 사이트에서 작동합니다.
카카오톡이나 전화로만 받으면 폼은 필요 없지 않나요?+
대화 채널이 주력이더라도 첫 답장에 필요한 항목은 첫 접촉에서 받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채널 안에서 첫 메시지에 무엇을 적어 달라고 안내해 두거나, 폼을 짧게 두고 이후를 대화로 넘기는 방식이 있습니다.
요점은 폼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첫 답장을 만들 재료가 첫 접촉에서 도착하는가입니다.
밑그림은 폼을 짧게 만들기 전에, 그 질문들이 페이지 어디에서 이미 끝났어야 하는지부터 봅니다.
지금 사이트에서 문의 직전에 새고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짚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