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릿으로 시작할 때,
나중에 청구되는 비용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템플릿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템플릿의 비용은 제작 시점에 다 청구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나중에, 제작비가 아닌 다른 항목으로 나뉘어 청구됩니다. 그걸 미리 알고 고르면 템플릿은 좋은 선택이고, 모르고 고르면 싸게 시작해서 두 번 만들게 됩니다.
템플릿이 실제로 아껴 주는 것
먼저 공정하게 짚겠습니다. 템플릿은 정말로 아껴 줍니다. 화면이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 모바일에서 안 깨지게 만드는 작업, 폼과 결제를 붙이는 일 — 전부 이미 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며칠 안에 사이트 하나를 세상에 올릴 수 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템플릿이 주는 게 화면이지 순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템플릿에는 채워야 할 자리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엔 슬로건, 여기엔 서비스 세 개, 여기엔 후기 세 개, 여기엔 팀 소개. 그런데 그 자리는 우리 사업이 아니라 템플릿을 만든 사람이 상상한 어떤 사업의 자리입니다.
그래서 대표님은 화면을 채우다가 이상한 일을 하게 됩니다. 후기 자리가 세 칸이라서 아직 없는 후기를 어떻게든 만들어 넣고, 팀 소개 자리가 있어서 혼자 하는 일에 팀을 적고, 서비스가 두 개인데 칸이 세 개라 하나를 억지로 쪼갭니다. 내용이 구조를 정한 게 아니라, 구조가 내용을 요구한 것입니다. 신규 브랜드일수록 이 압력이 큽니다. 채울 실적이 아직 적은데 빈칸은 많으니까요.
무엇을 먼저 말할지는 주지 않습니다.
나중에 청구되는 네 가지
제작비 다음에 청구서가 오는 자리는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네 군데입니다.
- 대표님의 시간. 남의 구조에 우리 내용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게다가 이 시간은 아무 데도 기록되지 않아서 비용으로 세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결정해야 할 것 — 1순위로 상대할 방문자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하고 나갈 행동이 무엇인지 — 은 템플릿을 골라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결정을 먼저 하는 방법은 브랜드 런칭, 디자인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 설명되지 않는 차이. 값이 큰 일을 파는 곳일수록 방문자는 화면에서 "왜 이 값인가"의 근거를 찾습니다. 그런데 템플릿은 같은 뼈대를 여러 곳이 함께 씁니다. 방문자가 그 화면을 어디선가 본 듯하다고 느끼면, 거기 적힌 내용도 어디선가 본 듯한 것으로 읽습니다. 이건 디자인이 못생겨서가 아니라 구별할 단서가 화면에 남지 않아서 생기는 손실입니다. 급이 어디서 갈리는지는 돈은 들였는데 싸 보이는 사이트에서 다뤘습니다.
- 손댈 수 없는 자리. 템플릿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대개 표면입니다. 색, 서체, 사진, 문구. 그 아래 — 페이지 주소가 어떻게 붙는지, 제목이 어떤 구조로 들어가는지, 페이지가 얼마나 무겁게 열리는지, 검색엔진과 AI가 읽어 갈 형태로 정보가 정리되어 있는지 — 는 대개 손이 안 닿습니다. 평소엔 문제가 없다가, 필요해진 순간에 고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됩니다. 무엇이 읽히는 상태인지는 AI에게 물어봤을 때, 우리 브랜드가 나오려면에 적어 두었습니다.
- 옮길 때 다시 하는 일. 나중에 사이트를 새로 만들기로 하면, 그때 하는 일은 '새 사이트 만들기'만이 아닙니다. 주소가 바뀌면 그동안 검색에 잡히던 페이지들을 새 주소로 이어 줘야 하고, 글과 사진은 다시 옮겨야 하고, 도메인이 플랫폼 계정에 묶여 있으면 그것부터 풀어야 합니다. 처음에 아낀 만큼을 이때 되갚는 구조는 아니지만, 계산에 넣지 않았던 항목인 건 분명합니다. 시작 시점을 역산하는 이야기는 사이트, 오픈 전에 만들까 자리 잡은 뒤에 만들까에 있습니다.
그래도 템플릿이 맞는 경우
다 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템플릿이 분명히 맞는 상황이 있습니다. 무엇을 파는지, 누구에게 파는지가 아직 바뀌는 중일 때입니다.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구조로 굳혀 놓으면 그 구조가 다음 달에 버릴 물건이 됩니다. 이때는 빨리 올리고 빨리 바꾸는 쪽이 낫습니다.
한 번 쓰고 끝나는 페이지도 그렇습니다. 행사 모집, 기간 한정 프로젝트, 투자·입점 미팅 전에 급히 필요한 확인용 페이지 — 이런 건 오래 살아남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를 아는 사람이 주소를 받아서 들어오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이 갈리는 지점은 하나입니다. 사이트가 모르는 사람을 설득하는 자리에 놓이는가. 아는 사람에게 확인시켜 주는 자리라면 템플릿으로 충분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이 화면만 보고 연락할지 말지를 정한다면, 그 화면은 우리 내용의 순서대로 서 있어야 합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지금 쓰는 사이트를 열어 놓고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템플릿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화면에 있는 항목 중, 우리에게 없는데 자리가 있어서 채운 것이 있는가?
- 도메인이 플랫폼 계정이 아니라 대표님 명의로 되어 있는가?
- 페이지 주소가 우리가 정한 규칙대로 붙어 있는가, 자동 생성된 문자열인가?
- 사이트에 올린 글과 사진의 원본이 사이트 밖에 따로 보관되어 있는가?
- 처음 보는 사람이 이 화면에서 우리를 다른 곳과 구별할 단서를 찾을 수 있는가?
앞의 네 줄은 템플릿 안에서도 오늘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 두면 나중에 옮길 때 다시 해야 할 일이 줄어듭니다. 마지막 줄에서 막힌다면, 그건 도구를 바꿔서 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먼저 말할지부터 다시 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금 템플릿인데 당장 새로 만들어야 하나요?+
문의가 오고 상담에서 사이트 때문에 막히는 일이 없다면 그대로 두십시오.
다만 도메인 명의·주소 규칙·글 원본 보관 이 셋은 지금 확인해 두세요.
그럼 처음부터 맞춤 제작이 항상 낫나요?+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구조로 굳히면 그 구조가 다음 달에 버릴 물건이 됩니다.
필요해지는 시점은 사이트가 모르는 사람을 설득하는 자리에 놓일 때입니다.
템플릿으로 시작하되 나중 비용을 줄이려면?+
도메인은 직접 사서 연결하고, 페이지 주소는 우리 규칙으로 지정하고,
글과 사진은 원본을 따로 보관하세요. 셋 다 템플릿 안에서 오늘 할 수 있습니다.
밑그림은 화면을 그리기 전에, 무엇을 어떤 순서로 말할지부터 정합니다.
지금 사이트가 우리 순서로 서 있는지 남의 순서로 서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짚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