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이 비슷해 보일 때,
판단은 과정에서 갈립니다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완성 사진을 아무리 늘려도 문의가 잘 안 느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 사진이 방문자에게는 판단 재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다 좋아 보이는 자리에서 후보를 가르는 것은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사례를 스무 개로 늘려도 안 움직이는 이유
시공, 컨설팅, 교육, 의료, B2B 납품 — 한 건의 값이 큰 일을 하는 곳의 사이트는 대개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완성된 결과물 사진이 격자로 깔려 있고, 그 아래에 프로젝트 이름과 짧은 설명이 붙습니다. 문의가 적으면 사례를 더 채웁니다. 열 개를 스무 개로 늘리고, 사진을 더 잘 찍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잘 안 움직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둘 다 만드는 쪽에서는 잘 안 보입니다.
첫째, 그 분야 바깥 사람은 결과물의 우열을 읽지 못합니다. 대표님과 동료들은 그 사진에서 마감의 차이, 설계의 판단, 조건이 나빴는데도 해낸 부분을 봅니다. 방문자는 못 봅니다. 그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애초에 남에게 맡기지 않으니, 결정하는 사람은 거의 항상 그 일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눈에는 완성된 것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좋아 보입니다. 이건 방문자가 안목이 없어서가 아니라, 완성품이 원래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업계 용어를 더 정확하게 써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 그 이야기는 전문용어는 실력이 아니라, 독자를 고릅니다에 정리해 뒀습니다.
둘째, 어느 사이트에나 잘된 것만 올라와 있습니다. 방문자는 우리 사이트만 보지 않습니다. 후보 서너 곳을 동시에 열어 두고 비교합니다. 그리고 그 서너 곳이 전부 자기가 제일 잘한 것만 걸어 뒀습니다. 모두가 성공 사례만 보여 주는 상황에서 성공 사례는 후보를 가르는 정보가 되지 못합니다. 전부 통과이므로 아무도 통과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방문자는 무엇으로 고를까요. 구별이 되는 것 하나가 남습니다. 가격입니다. 사이트가 판단 재료를 안 주면, 방문자는 자기가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숫자로 내려갑니다. 잘 만든 사이트가 값싸게 보이는 경로 중 흔한 하나가 이것입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력을 확인할 방법을 화면에 안 두었기 때문에 비교가 가격으로 밀려 내려간 것입니다.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값이 큰 일에서 방문자가 실제로 겁내는 것은 결과가 나쁠까가 아니라, 중간이 어떻게 될까입니다. 말이 도중에 바뀌지 않을까, 처음 들은 금액에서 더 붙지 않을까, 일정이 밀리면 연락은 되는 것일까,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나. 완성 사진은 이 질문에 하나도 답하지 않습니다. 잘 끝난 결과만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방문자가 사려는 것은 결과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까지 가는 동안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인데, 사이트는 계속 결과만 보여 주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결과 사진은 후보를 가르지 못합니다.
가르는 것은 그 결과에 이르는 순서입니다.
과정을 판단 재료로 바꾸는 다섯 가지
과정을 보여 주라는 말은 작업 중 사진을 더 올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먼지 나는 현장 사진이나 회의실 사진은 완성 사진과 똑같이 그 분야 바깥 사람이 읽을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방문자가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형태의 문장입니다.
- 사례를 결과가 아니라 조건 · 판단 · 결과 순서로 다시 씁니다. 지금 사례 설명이 "어디, 무엇, 언제"로 끝난다면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대신 세 칸으로 씁니다. 시작할 때 어떤 조건이었는가(예산·기간·현장 상황·고객이 못 정하고 있던 것),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기로 정했는가,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실력이 드러나는 자리는 결과 칸이 아니라 가운데 판단 칸입니다. 같은 결과라도 나쁜 조건에서 나온 것과 좋은 조건에서 나온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조건을 안 적으면 둘이 같은 사진으로 보입니다. 사례가 적어도 됩니다 — 세 칸이 채워진 사례 두 건이 이름만 적힌 스무 건보다 비교에 쓰입니다.
- 진행 순서를 장식이 아니라 정보로 만듭니다. 대부분의 사이트에 이미 진행 과정 섹션이 있습니다. 아이콘 여섯 개에 상담 · 기획 · 제작 · 검수 · 납품 같은 단어가 붙어 있는 그 섹션입니다. 이건 어느 업체에 옮겨 붙여도 성립하므로 방문자에게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정보가 되려면 단계마다 세 가지가 붙어야 합니다. 무엇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 그 단계가 대략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고객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입니다. 특히 세 번째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방문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내가 뭘 준비해야 하고 얼마나 시달리나"입니다.
- 값이 움직이는 지점을 먼저 적습니다. 값이 큰 일에서 가장 흔한 불신은 추가 비용입니다. 여기에 "추가금 없음"이라고 적는 것은 대개 역효과입니다. 겪어 본 사람은 그 말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신 언제 값이 움직이는지를 적습니다. 어떤 조건이 바뀌면 금액이 달라지는지, 그때 누가 어떻게 알려 주고 어느 시점에 다시 동의를 받는지. 이렇게 적으면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그것이 관리되는 일이라는 것도 함께 알립니다. 가격 자체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가격을 안 적으면, 아낀 게 아니라 미룬 겁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 안 하는 일과 맞지 않는 경우를 적습니다. 과정을 다 적으면 우리가 무엇까지 하는지가 드러나는데, 그 옆에 무엇은 하지 않는지를 같이 적어야 문장이 힘을 얻습니다. 이 조건에서는 저희와 맞지 않습니다, 이런 요청은 받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곳이 낫습니다 — 이런 문장은 문의를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은 방문자 쪽의 신뢰를 올립니다. 전부 다 해 드린다고 적힌 사이트는 아무것도 잘하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무엇보다 거절할 줄 아는 곳이라는 정보가 곧 기준이 있다는 정보입니다.
- 중간 산출물을 한 점 실물로 보여 줍니다. 과정을 말로만 적으면 그것도 결국 주장입니다. 확인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싼 방법은 중간에 실제로 오가는 문서 한 점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견적서 양식, 점검 항목표, 첫 회의 뒤에 보내는 정리 문서, 진행 보고 한 장. 고객 정보를 지우고 형식만 보여 줘도 됩니다. 방문자는 그 한 장에서 이 사람들이 일을 어떻게 정리하는지를 봅니다 — 완성 사진 열 장이 못 하는 일입니다. 후기나 실적이 아직 없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할 재료이기도 합니다. 관련해서는 후기를 붙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을 함께 보시면 됩니다.
다섯 가지의 공통점은 전부 그 분야 바깥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결과물의 품질은 방문자가 판단할 수 없지만, 순서가 정해져 있는지 · 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 무엇을 안 하는지 ·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지는 누구나 판단할 수 있습니다. 비교가 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가격만 남은 싸움에서 빠져나옵니다.
신생 브랜드에는 이쪽이 오히려 유리합니다. 실적은 시간이 있어야 쌓이지만, 진행 순서와 판단 기준과 안 하는 일은 오늘 정해서 오늘 적을 수 있습니다. 실적이 없는 것과 근거가 없는 것은 다릅니다. 다만 순서를 적다 보면 대개 한 가지가 드러납니다 — 아직 우리 안에서도 순서가 안 정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럴 때 문제는 사이트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쪽이고, 화면은 그것을 먼저 알려 준 것뿐입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이 이야기는 사양을 더 자세히 쓰라는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사양은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이 확인하는 재료이고, 과정은 아직 정하지 못한 사람이 판단하는 재료입니다. 둘의 자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는 기능은 다 적혀 있는데, 결정이 안 되는 이유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사이트의 사례 페이지와 진행 과정 섹션을 나란히 열어 두고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 사례마다 시작할 때의 조건이 적혀 있는가 — 아니면 결과만 적혀 있는가?
- 진행 단계마다 무엇이 끝나야 다음으로 넘어가는지가 적혀 있는가?
- 각 단계에서 고객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적혀 있는가?
- 어떤 조건에서 금액이 달라지는지, 그때 어떻게 알리는지가 적혀 있는가?
- 우리가 안 하는 일 또는 맞지 않는 경우가 한 줄이라도 적혀 있는가?
이 다섯 줄이 대부분 비어 있다면 — 지금 대표님 사이트는 방문자에게 결과는 보여 주면서 판단할 방법은 주지 않는 화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상태에서 방문자가 쓸 수 있는 기준은 가격 하나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포트폴리오를 늘렸는데 왜 문의가 안 늘까요?+
게다가 어느 후보의 사이트에나 잘된 것만 올라와 있습니다. 전부가 성공 사례만 보여 주면 성공 사례는 후보를 가르는 정보가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방문자에게 남는 구별 기준은 가격 하나뿐입니다.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자리는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과정을 보여 준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네 가지를 문장으로 적는 일입니다. 사례를 조건·판단·결과 순서로 다시 쓰기, 단계마다 무엇이 끝나야 넘어가는지와 그때 고객이 할 일 적기, 값이 움직이는 조건과 그때의 처리 방식 적기, 안 하는 일과 맞지 않는 경우 적기.
여기에 중간에 오가는 문서 한 점을 실물로 보여 주면 주장이 확인 가능한 것이 됩니다.
아직 사례가 없는 신생 브랜드는 어떻게 하나요?+
여기에 견적서 양식이나 점검 항목표 같은 중간 산출물 한 점을 보여 주면 됩니다. 실적이 없는 것과 근거가 없는 것은 다릅니다.
다만 적다가 순서가 우리 안에서도 안 정해져 있다는 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고칠 곳은 사이트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입니다.
밑그림은 결과물을 늘어놓기 전에, 방문자가 무엇으로 판단할지부터 정하고 화면을 짭니다.
지금 사이트가 판단 재료를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짚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