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용어는 실력이 아니라,
독자를 고릅니다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쉬운 말로 바꾸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문용어는 실력을 증명하지 않고, 이 문장이 누구에게 쓰였는지를 알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점검할 것은 말이 어려운지가 아니라, 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지금 이 페이지에 오는 사람인지입니다.
어려운 말이 화면에서 실제로 하는 일
사이트에 업계 용어가 빼곡해지는 데는 대체로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만만해 보이면 값부터 깎일 것 같고, 실적으로 보여줄 게 적으니 최소한 말로라도 급을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론 이름, 공정 명칭, 자격과 기술 표기를 정확히 적는 건 성실함이기도 합니다. 동기 자체는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그 문장을 읽는 사람의 순서입니다. 용어를 가장 잘 알아듣는 쪽은 같은 업계 사람과 경쟁사이고, 가장 못 알아듣는 쪽이 대개 발주를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자기가 할 줄 알면 맡기지 않습니다. 값이 큰 일일수록 의뢰인은 그 분야의 바깥에 있고, 바깥에 있기 때문에 우리를 찾습니다.
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 문장은 사라지지 않고 인상만 남습니다. 어렵네, 전문적인 것 같네. 그런데 인상은 비교에 쓸 수 없습니다. 방문자는 대개 후보를 몇 곳 열어 두고 대조하는데, 대조는 확인할 수 있는 것끼리만 됩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하는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내 경우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 칸이 비어 있으면 그 자리는 다른 후보의 문장으로 채워집니다. 설명이 되는 쪽이 실력이 더 나은 곳이어서가 아니라, 비교표에 올라간 유일한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값이 큰 일에서는 한 가지가 더 겹칩니다. 금액이 커질수록 방문자는 혼자 결정하지 않고 배우자든 대표든 팀이든 누군가에게 한 번은 옮겨 말해야 합니다. 그때 옮겨지는 것은 정확한 용어가 아니라 대충 요약된 한 줄입니다. 그 한 줄이 만들어지지 않는 문장은 그 방에서 끊깁니다. 사양과 결과의 관계는 기능은 다 적혀 있는데, 결정이 안 되는 이유에서 다뤘고, 여기서는 그보다 한 층 아래 — 단어 하나의 층 —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스스로 점검해서는 잘 걸리지 않습니다. 매일 쓰는 단어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에 그 문장은 어려운 게 아니라 정확한 문장이고, 실제로 정확합니다. 정확한 것과 전달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만 화면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점검은 대표님이 읽어서가 아니라 바깥 사람이 읽어야 끝납니다.
반대 방향의 실수도 짚고 갑니다. 용어를 전부 걷어내면 검토하는 사람이 확인할 것이 사라집니다. 심사 담당자, 기술을 보는 실무자, 같은 업계에서 검증하러 들어온 사람에게는 용어가 장식이 아니라 근거입니다. 그 사람들 앞에서 두루뭉술한 표현만 남으면 이번에는 반대로 미덥지 않게 읽힙니다. 그러니 해법은 쉽게 쓰기가 아닙니다. 자리를 정하는 일입니다.
그 말이 결정하는 사람 앞에 놓였다는 겁니다.
자리를 정하는 네 가지
- 단어를 손대기 전에, 그 페이지의 독자를 한 명으로 정합니다. 결정하는 사람인가, 검토하는 사람인가. 사이트 전체가 아니라 페이지마다 정합니다. 첫 화면과 서비스 소개는 대개 결정하는 사람이고, 상세 사양이나 진행 방식 페이지는 검토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 명으로 안 정하면 모든 문장이 둘 다에게 어중간해집니다. 둘을 동시에 만족시킨 문장은 대개 둘 중 누구도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첫 화면의 대상 판별에 관해서는 회사 소개부터 쓰면, 판단이 시작되지 않습니다에 정리해 뒀습니다.
- 용어를 지우지 말고 한 칸 뒤로 옮깁니다. 먼저 그 사람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쓰고,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뒤에 붙입니다. 순서만 바꿔도 같은 단어가 다르게 읽힙니다. 앞에 있으면 알아들어야 넘어갈 수 있는 관문이고, 뒤에 있으면 이미 이해한 것을 확인하는 근거입니다. 처음 등장하는 자리에서 한 번만 짧게 풀어 주면 충분합니다. 용어 설명 페이지를 따로 만드는 방식은 대개 작동하지 않습니다 — 모르는 단어를 만난 사람은 설명을 찾으러 가지 않고 그냥 창을 닫습니다.
- 지워 보고 남길지 정합니다. 그 단어를 빼고 문장을 읽었을 때 방문자의 판단이 달라지면 근거이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면 장식입니다. 장식 용어는 특징이 뚜렷합니다. 그것으로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지 우리도 설명하지 못하고, 같은 업종 다른 사이트에 그대로 옮겨 붙여도 말이 됩니다. 지워 보기라는 도구는 글이 길어진 자리는, 확신이 없는 자리입니다에서 문단 단위로 쓴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는 단어 단위로 씁니다.
- 두 독자가 다 온다면 섞지 말고 층을 나눕니다. B2B와 전문서비스에서는 결정하는 사람과 검토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답은 절충이 아닙니다. 본문은 결정하는 사람의 언어로 끝까지 쓰고, 사양·방법론·자격은 그 사람이 넘어간 다음 자리 또는 별도 페이지에 온전한 표기로 둡니다. 검토하는 사람은 찾아서라도 읽지만, 결정하는 사람은 찾지 않습니다. 그러니 찾지 않는 쪽에 맞춰 앞을 짜고, 찾는 쪽에 맞춰 뒤를 채웁니다.
네 가지를 마쳤으면 마지막은 우리 손을 떠나야 합니다. 그 분야 바깥에 있는 사람 한 명에게 첫 화면만 보여 주고, 세 가지를 자기 말로 되말해 달라고 합니다.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자기 같은 사람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다음에 무엇을 하면 되는지. 되돌아온 문장이 우리가 의도한 것과 다르면 고칠 자리는 그 문단입니다. 이 점검이 필요한 이유는 앞에서 말한 그대로입니다 — 대표님 눈에는 그 단어가 어렵게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첫 화면과 서비스 소개 페이지를 열고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 첫 화면에서 방문자가 모를 수 있는 단어가 몇 개인가?
- 그 단어들이 문장의 앞에 있는가, 근거 자리인 뒤에 있는가?
- 단어를 하나씩 지워 봤을 때, 방문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몇 개인가?
- 이 페이지의 독자가 결정하는 사람인지 검토하는 사람인지 한 명으로 말할 수 있는가?
- 업계 밖 사람이 첫 화면만 읽고 우리가 하는 일을 자기 말로 되말한 적이 있는가?
마지막 줄을 아직 해 본 적이 없다면, 나머지 네 줄의 답은 아직 추측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쉬운 말로 쓰면 아마추어처럼 보여서 값을 깎이지 않을까요?+
앞쪽으로 읽히려면 그 단어가 방문자가 아는 무언가와 연결돼야 하는데, 연결이 없으면 인상만 남고 비교 재료는 남지 않습니다. 비교 재료가 없으면 방문자가 값을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다른 후보의 금액이 됩니다.
쉽게 쓰라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어디까지 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하며 무엇은 하지 않는지를 확인 가능하게 쓰라는 뜻입니다. 같은 금액이 그때부터 다르게 읽힙니다. 이 어긋남이 가격 저항으로 돌아오는 경로는 돈은 들였는데 싸 보이는 사이트, 어디서 갈릴까요에 있습니다.
저희 고객은 업계 사람이라 용어를 다 압니다. 그래도 바꿔야 하나요?+
B2B와 전문서비스에서는 검토하는 사람이 용어를 다 알고, 결정하는 사람은 예산과 위험만 보는 경우가 흔합니다. 두 사람이 다르다면 한 화면에서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순서나 페이지로 나눕니다.
본문은 결정하는 사람의 언어로, 사양과 방법론은 검토하는 사람이 확인할 자리에 그대로 둡니다. 둘 다 오는 사이트에서 용어를 전부 지우는 건 반대 방향의 실수입니다.
검색이나 AI 노출 때문에 업계 키워드를 넣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부 용어만 촘촘히 깔린 페이지는 방문자가 실제로 입력하는 말과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법은 둘을 같이 두는 겁니다. 방문자가 쓰는 표현으로 상황을 적고, 그것이 업계에서 무엇이라 불리는지를 한 번 붙여 둡니다. 사람에게도 읽히고, 검색·AI가 문장을 발췌해 갈 때도 무엇에 대한 페이지인지가 분명해집니다. 발췌되는 문장을 만드는 원리는 AI가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게 만들려면에 정리해 뒀습니다.
밑그림은 문장을 다듬기 전에 이 페이지를 누가 읽는지부터 한 명으로 정하고, 그다음에 단어의 자리를 정합니다.
지금 사이트에서 방문자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자리가 어디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짚어 보세요 — 3분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