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큰 결정을 받으려 하면,
실적 없는 쪽이 집니다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후기도 실적도 아직 없는 회사가 값이 큰 일을 처음부터 통째로 계약하자고 하면, 방문자는 그 결정을 받쳐 줄 근거를 사이트에서 끝내 찾지 못합니다. 그럴 때 문장을 더 쌓아 설득하려 하기보다 결정의 크기를 줄이는 편이 빠릅니다. 거기서 멈춰도 고객 손에 쓸 수 있는 결과물이 남는 첫 단계를 만들고, 사이트가 그 단계를 가리키게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설득이 아니라, 결정의 크기일 때가 있습니다
결정은 클수록 근거를 많이 요구합니다. 컨설팅 착수, 교육 과정 도입, 시공 계약, B2B 서비스 도입처럼 금액도 기간도 큰 일이라면, 고객은 "이 회사에 이 일 전체를 맡겨도 되는가"를 한 번에 정해야 합니다.
이름이 알려진 회사는 그 근거의 상당 부분을 이름과 실적이 대신 채워 줍니다. 신규 브랜드에는 그게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크기의 결정을 사이트의 문장만으로 받쳐야 하는데, 문장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때 흔히 하는 일이 글을 더 길게 쓰는 것입니다. 그 길어진 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글이 길어진 자리는, 확신이 없는 자리입니다에 적었습니다.
문장을 아무리 다듬어도 방문자가 정해야 하는 결정의 크기는 그대로입니다. 근거가 모자란 게 아니라, 요구하는 결정이 지금 가진 근거에 비해 큰 것입니다.
사이트에 계단이 하나뿐일 때 생기는 일
많은 사이트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소개를 읽고, 상담을 신청하고, 상담 뒤에 전체 계약을 정합니다. 무료 상담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문턱을 낮춰 주지만, 그 뒤에 기다리는 결정의 크기는 조금도 줄여 주지 않습니다. 상담 앞에 둘 작은 계단은 "무료 상담"이 안 눌리는 건, 식상해서가 아닙니다에서 다뤘고, 이 글은 상담 뒤 — 계약 쪽의 첫 계단 이야기입니다.
계단이 하나뿐이면 대표님 쪽에서는 이런 장면이 반복됩니다. 상담 분위기는 좋았고 질문도 많았는데, 견적을 보낸 뒤 "내부에서 검토해 보겠습니다"로 멈춥니다. 고객이 거절한 게 아니라, 아직 그 크기의 결정을 내릴 만큼 우리를 겪어 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겪어 볼 방법은 사이트에도 상담에도 없었습니다.
작은 결정 하나가 끝나면, 그것이 다음 결정의 실적이 됩니다.
첫 단계를 설계하는 다섯 가지
- 전체 일의 앞부분에서, 거기서 멈춰도 결과물이 남는 단계를 떼어냅니다. 진단과 보고서, 설계안, 현장 실측과 시공 계획서, 파일럿 과정 한 회. 기준은 하나입니다. 고객이 거기서 멈춰도 손에 쓸 수 있는 것이 남는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맛보기"는 첫 단계가 아니라 영업 절차입니다.
- 첫 단계에 값을 매깁니다. 무료로 주는 결과물은 아무리 공들여도 영업 자료로 읽히고, 받는 쪽도 주는 쪽도 그만큼 가볍게 다룹니다. 값을 받는다는 건 이 단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일이라는 선언입니다. 금액은 업종과 일의 무게에 따라 정할 일이고, 본 계약으로 이어질 때 그 금액을 빼 줄지는 선택입니다. 다만 빼 준다면 그 조건을 같이 적습니다.
- 첫 단계에서 무엇을 받는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산출물이 무엇이고, 언제, 어떤 형태로 넘어가는지. 그리고 그것을 받은 고객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업체에 가져가도 쓸 수 있다고 적는 건 손해처럼 보이지만, 그 한 줄이 이 단계가 미끼가 아니라는 가장 짧은 증명입니다.
-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조건을 적습니다. 이어갈지를 고객이 언제 정하는지, 그때 무엇을 보고 정하면 되는지, 이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끝나는지. 계약 도중에 멈추는 경로를 적는 일은 잘 될 거라는 말보다, 안 될 때 어떻게 되는지를 적어 주세요에서 다뤘습니다. 첫 단계는 그 한 걸음 앞에서, 멈춰도 되는 지점을 처음부터 설계에 넣는 일입니다.
- 가격 자리와 문의 버튼을 첫 단계에 맞춥니다. 가격 자리에는 전체 일의 시작점과 함께 첫 단계의 금액과 범위를 적고, 문의 버튼은 막연한 상담 신청 대신 첫 단계 신청을 가리키게 합니다. 진행 과정 그림에서도 첫 단계를 독립된 칸으로 그립니다. 가격을 어디까지 적을지는 가격을 안 적으면, 아낀 게 아니라 미룬 겁니다에 정리해 뒀습니다.
반대 방향의 실수도 있습니다
첫 단계를 미끼로 만드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낮은 값으로 열어 놓고 정작 쓸 만한 결과물은 본 계약에서만 준다면, 고객은 첫 단계가 끝나는 순간 그 구조를 알아챕니다. 그때부터 사이트의 다른 문장도 같은 할인율로 읽힙니다. 한 문장의 과장이 나머지 전부를 깎는 구조는 작은 회사가 크게 보이려 하면, 가장 비싼 순간에 들킵니다에서 다뤘습니다.
너무 잘게 쪼개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단계마다 새로 결정하라고 하면, 결정의 크기는 줄어도 결정의 횟수가 늘어 고객 쪽 일이 됩니다. 첫 단계는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뒤는 원래 크기의 계약으로 이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맞는 방법은 아닙니다. 한 번에 끝나야 의미가 있는 일, 소개를 받아 이미 마음을 정하고 온 고객에게 첫 단계를 강요하면 오히려 돌아가는 길이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결정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결정의 위험을 줄이는 쪽 — 안 될 때의 경로를 적는 쪽 — 이 맞습니다.
결정을 앞둔 사람의 눈으로,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지금 사이트의 진행 과정·가격·문의 영역을 띄워 두고, 우리를 처음 알게 된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답해 보세요.
- 고객이 처음 내리는 돈이 드는 결정이 전체 계약 하나뿐인가?
- 전체 일의 앞부분에, 거기서 멈춰도 결과물이 남는 단계가 있는가?
- 그 단계에서 무엇을, 언제, 어떤 형태로 받는지 적혀 있는가?
- 다음 단계로 이어갈지를 고객이 언제, 무엇을 보고 정하는지 적혀 있는가?
- 가격 자리와 문의 버튼이 첫 단계를 가리키고 있는가?
첫 줄에 "그렇다"고 답하셨다면, 두 번째 줄이 오늘의 숙제입니다. 그리고 그 숙제는 사이트 작업이 아니라 상품 작업입니다. 어떤 단계를 떼어낼지 정해지면, 사이트는 그것을 옮겨 적는 자리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첫 단계만 하고 떠나는 고객이 생기면 손해 아닌가요?+
얼마나 이어지고 얼마나 떠날지는 업종과 고객마다 달라 미리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떠나는 이유를 첫 단계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건, 큰 계약에서는 얻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진단을 무료로 해 주는 편이 문의가 더 많지 않나요?+
판별 기준은 하나입니다. 그 결과물을 고객이 다른 곳에 가져가도 쓸 수 있을 만큼의 일인가. 그렇다면 값을 매길 일이고, 아니라면 그건 첫 단계가 아니라 상담입니다.
저희 일은 중간에 쪼개기가 어려운데요?+
그것도 안 되는 일이라면 결정의 크기 대신 결정의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갑니다. 중간에 멈추거나 결과가 어긋날 때 어떻게 되는지를 미리 적어 두는 방법입니다.
밑그림은 화면을 그리기 전에, 방문자가 처음 내릴 결정이 무엇이고 얼마나 큰지부터 정하는 웹 스튜디오입니다.
지금 사이트가 방문자에게 너무 큰 결정을 한 번에 요구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먼저 짚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