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거라는 말보다,
안 될 때 어떻게 되는지를 적어 주세요
강동욱 — 밑그림 대표 · 기획 우선 웹 스튜디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후기도 평판도 아직 없는 회사가 사이트에 적을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확신은 "잘 될 겁니다"가 아닙니다. 안 될 때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중간에 그만두면 돈은 어떻게 되는지, 결과가 기대와 다르면 무엇을 하는지, 우리 쪽 사정으로 늦어지면 고객은 무엇을 받는지. 값이 큰 결정의 마지막 망설임은 성공 가능성보다 실패했을 때의 비용에 걸려 있고, 그 비용을 미리 적어 둔 사이트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결정 직전의 질문은, 잘 하느냐가 아닙니다
교육 과정, 컨설팅 착수, 시공 계약, B2B 서비스 도입. 이런 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을 먼저 내고, 결과는 나중에 받습니다. 결정하는 순간에는 아직 아무것도 받지 않은 상태라서, 일이 틀어졌을 때의 위험을 고객이 먼저 떠안습니다.
그래서 비교하는 동안의 질문과 결정 직전의 질문이 다릅니다. 여러 곳을 둘러볼 때는 "어디가 잘하나"를 묻습니다. 후보가 좁혀지고 결제나 계약을 앞두면 질문이 바뀝니다. "안 맞으면, 어떻게 빠져나오지?" 결정 직전에 방문자가 실제로 묻는 질문들을 후기를 붙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에서 몇 가지 꼽았는데, 이 글은 그중 마지막 하나 —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가 — 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알려진 회사라면 이 질문의 상당 부분을 평판이 대신 받아 줍니다.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처리해 줄 거라는 기대가 이미 깔려 있으니까요. 신규 브랜드에는 그 기대가 없습니다. 그 빈자리는 비어 있는 채로 남지 않고, 방문자가 자기가 겪었거나 들어 본 가장 나쁜 경우로 채웁니다.
사이트는 대개, 잘 되는 경우만 그립니다
진행 과정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떠올려 보세요. 상담, 계약, 진행, 완료. 화살표는 전부 앞으로만 갑니다. 중간에 멈추는 갈래도, 일정이 밀리는 갈래도, 결과가 어긋나는 갈래도 없습니다. 환불이나 중단 조건은 맨 아래 작은 글씨로 "상담 시 안내"라고 적혀 있거나, 아예 없습니다.
대표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실패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자신 없어 보일 것 같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적는 게 영업에 불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방문자에게 그 빈자리는 둘 중 하나로 읽힙니다.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말하기 곤란한 조건이 있거나. 어느 쪽이든 결정을 미루게 만드는 쪽입니다.
게다가 이 질문은 소리 내어 묻기가 어렵습니다. 첫 상담에서 "환불은 되나요?"라고 묻는 건 아직 시작도 안 한 상대를 의심하는 것처럼 들리니까요. 그래서 묻지 않고, 조용히 다른 곳을 한 번 더 봅니다. 그 조건이 적혀 있는 곳을요. 버튼 앞에서 방문자가 무엇을 겁내는지는 "무료 상담"이 안 눌리는 건, 식상해서가 아닙니다에 적었습니다. 그 겁이 계약 앞에서는 한 번 더 커집니다.
잘 될 거라는 약속이 아니라, 안 될 때의 경로입니다.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로는 생각해 본 회사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안 될 때의 경로를 적는 다섯 가지
- 그만두는 시점별로, 돈과 결과물이 어떻게 되는지 적습니다. 착수 전, 진행 중, 완료 뒤. 각 단계에서 고객이 멈추면 무엇이 돌아가고, 이미 진행된 몫은 어떻게 셈하고, 그때까지 나온 결과물은 누가 갖는지. "환불 불가" 한 줄보다 "이 단계까지는 이렇게 됩니다"가 훨씬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업종에 따라 법이나 표준약관이 정해 둔 기준이 있을 수 있으니, 그 기준을 먼저 확인하고 그보다 고객에게 불리하게 적지 않습니다.
-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일이라면, 보장하지 않는 것과 대신 지키는 것을 나눕니다. 교육이나 컨설팅처럼 결과가 고객의 실행에 달린 일은 결과를 약속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칸을 비워 두지 마세요. 결과는 보장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고, 그 대신 지키는 것 — 무엇을 언제까지 넘기는지, 어떤 기준에 못 미치면 다시 하는지 — 을 적습니다. 시공이나 납품처럼 결과물이 정해진 일이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언제까지 다시 보는지를 적습니다.
- 범위 밖의 일이 생길 때,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 적습니다. 값이 큰 일일수록 진행 중에 처음 생각과 다른 일이 생깁니다. 그때 비용이 붙는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비용이 붙기 전에 먼저 알리고 동의를 받는지. 방문자가 겁내는 건 추가 비용 자체보다, 모르는 사이에 붙는 비용입니다.
- 우리 쪽 사정으로 멈추는 경우도 적습니다. 일정이 밀리면 어떻게 알리는지, 우리가 일을 이어갈 수 없게 되면 그때까지의 자료와 결과물을 어떻게 넘기는지. 신규 브랜드일수록 방문자는 속으로 이것을 묻습니다 — 이 회사가 일이 끝날 때까지 있을까. 고객이 언제든 자기 몫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적힌 한 줄은, 회사의 크기를 부풀리는 열 줄보다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합니다.
- 이 조건을 결정 직전의 자리에, 계약서와 같은 말로 둡니다. 약관 페이지 맨 아래가 아니라 가격과 진행 과정 옆, 문의 버튼 가까이. 긴 조건문은 따로 두더라도 요약 몇 줄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가격을 어디까지 공개할지와 같은 원리이고, 그 이야기는 가격을 안 적으면, 아낀 게 아니라 미룬 겁니다에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트에 적은 말과 계약서의 말이 달라지지 않게 맞춥니다. 둘이 어긋나면 조건을 안 적은 것보다 나쁩니다.
반대 방향의 실수도 있습니다
확신을 사려고 지킬 수 없는 보장을 거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효과 없으면 전액 환불"을 크게 걸어 두고 아래에 조건을 줄줄이 붙이면, 방문자는 큰 글씨보다 작은 글씨를 기억합니다. 보장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조건까지 같은 크기로 적습니다.
방어적인 약관 문체로 적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환불되지 않습니다", "당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가 줄지어 있으면, 조건은 적혀 있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세요"로 읽힙니다. 같은 조건도 고객이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착수 전까지는 이렇게 돌려드립니다", "진행 중에 멈추시면 그때까지의 결과물을 이렇게 넘겨드립니다."
그리고 너무 앞에 두지 마세요. 첫 화면부터 환불 보장을 내세우면, 아직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실패 이야기부터 꺼내는 셈입니다. 이 조건이 일하는 자리는 결정 직전입니다. 회사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고해야 하는 담당자라면, 이 조건은 그 담당자가 들고 가는 자료의 한 줄이 됩니다. 그 경로는 B2B 사이트에서 방문자는, 결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에 정리했습니다.
계약을 앞둔 사람의 눈으로, 다섯 줄을 짚어 보세요
지금 사이트의 가격·진행 과정·문의 영역을 띄워 두고, 결제 직전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답해 보세요.
- 진행 중에 그만두면 돈과 결과물이 어떻게 되는지, 단계별로 적혀 있는가?
-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일이라면, 보장하지 않는 것과 대신 지키는 것이 나뉘어 있는가?
- 추가 비용이 붙는 조건과, 붙기 전에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 적혀 있는가?
- 우리 쪽 사정으로 늦어지거나 멈출 때, 고객이 무엇을 받는지 적혀 있는가?
- 이 조건들이 가격·문의 버튼 가까이에 있고, 계약서와 같은 말로 적혀 있는가?
하나도 적혀 있지 않다면 첫 번째 줄부터 시작하세요. 나머지 네 줄은 그 한 줄을 정하다 보면 대개 같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그 한 줄을 정하는 일은 사이트 작업이 아니라 계약 작업입니다. 사이트는 정해진 것을 옮겨 적는 자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환불 조건을 적어 두면, 오히려 환불 요청이 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적힌 조건은 요청하는 사람보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이 읽습니다.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일인데, 보장하지 않는다고 쓰면 약해 보이지 않나요?+
특히 회사 안에서 윗사람에게 보고해야 하는 담당자에게는 "결과는 보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것은 지킨다"가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아직 계약 조건이 정리돼 있지 않은데, 사이트부터 손봐야 할까요?+
정하지 못한 조건을 "협의 후 결정"으로 적어 두는 것은, 방문자에게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것과 같은 뜻으로 읽힙니다.
밑그림은 화면을 그리기 전에, 방문자가 무엇으로 우리를 판단할지부터 정하는 웹 스튜디오입니다.
지금 사이트가 결정 직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셀프 체크리스트로 먼저 짚어 보세요.